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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포크 정장과 수미주라 정장의 차이

옷에 관하여/정장을 중심으로

by 케빈케빈 2020. 5. 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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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1. 완전 수제 (Bespoke)

2. 반수제 (Su Misura*, MTM)

3. 기성복 (Ready to wear)

 

이 중 통상적인 맞춤정장의 범주 안에 들어오는 것이 완전 수제와 반수제이며, 이 둘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1. 비스포크 정장이 그래서 도대체 무엇인가?

 

쉽게 말해서 원단을 100% 바느질 공정으로 가공하여 옷으로 만들면 비스포크다. 눈썰미가 좋지 않은 사람도 이 비스포크 정장과 기성복의 차이를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지금 당장 옷장을 열어서 아버지의 기성복 정장을 하나 보면, 라펠에 힘이 부족하여 입체감이 부족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라펠의 볼륨감은 훌륭한 심지와 촘촘한 팔자뜨기를 바탕으로 형성이 되기에 절대 기성복에서 뽑아낼 수 있는 퀄리티가 아니다.

 

좌측이 기성복 정장, 우측이 내가 맞춘 비스포크 정장이다. 입체감이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

사실 저 라펠로 이어지는 부분의 입체감은 비스포크 정장이 가지는 가장 단순한 특징 중 하나이며, 옷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반적인 옷의 품질은 물론이요, 팔목 부분의 버튼이 열리는지, 안감의 상태가 어떤지, 바느질의 퀄리티가 어떤지 등 다양한 요소를 바탕으로 비교를 할 수 있다.

 

비스포크 정장 하나를 제대로 맞추기 위해서는 원단 선택과 부자재 선택, 디자인 선택을 바탕으로 체촌을 하고, 제작에 들어간 이후 두 차례 내외의 가봉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비용도 많이 들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셈. 당연히 공정과정에서의 비용이 높기 때문에 후진 원단을 가지고 비스포크 수트를 만드는건 아주 아주 아주아주아주 많이 비추천을 한다. 그건 마치.. 음.. 반지 장인에게 도금처리된 큐빅반지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같으니까!

 

전 글에서 이야기했지만, 완전 비스포크 정장은 한번 입으면 확실히 기존 기성복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당신의 몸이 조금만 기성복의 기준체중과 키를 벗어나는 순간 400만원짜리 디올 정장보다 가장 후진 비스포크 정장이 더 편안하고 핏감이 좋게 만들어지기 마련이다(원단은 논외로 한다).  

 

2. 그렇다면 반수제 수미주라 정장은 무엇이며, 100% 비스포크 정장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먼저, 단어부터 통일하고 지나가야겠다. 한국에선 수미주라(Su Misura)라는 단어로 통용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살짝 잘못된 표현 방식임을 최근에 배웠다. 수미주라라는 단어 자체가 이탈리아 말로 "Custom Made" "Bespoke"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반수제라는 단어와 완전히 부합한다고 보긴 힘들다. 고로 이 글에서는 MTM이라는 단어(Made to measure)로 통일하도록 하겠음(앞으로 다른 게시물에선 혼용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테일러샵에서는 쉽게 설명하고자 MTM은 접착방식, 비스포크는 비접착방식을 쓴다고 설명한다. 90은 맞고 10은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접착방식 수제정장은 MTM으로 분류되나, 비접착방식을 쓴다 하더라도 기타 마감의 과정에 있어서 손이 완전히 가지 않았다면 MTM으로 정의해야 하지만, 사실상 "이거 MTM 정장입니다" 이야기하면서 굳이 비접착방식을 쓰는 맞춤정장은 극소수에 가까우니 편의상 접착과 비접착이 핵심 구분 요소가 되는 것.

 

비스포크 수트는 심지를 겉감과 안감 사이에 넣고 손으로 봉제하여 100% 수제로 볼륨감을 만들어낸다. 이에 비해 MTM 수트는 접착식으로 열처리를 하여 봉제하는 과정을 단순화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통상적인 접착식 정장은 심지에 풀을 바르고, 열과 압력을 통해 접착을 하는 방식을 택하여 제작 기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다. 이를 바탕으로 공정에 드는 비용을 상대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관리 똑바로 안하면 접착직 정장의 자켓은 걍 망가져버린다....

다만, 이 반수제 접착식 공정을 거친 옷은 습기과 열에 취약하며, 드라이를 맡길 때도 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3. 그래서 비스포크 정장을 맞추라고? 나 돈 없는데?

 

신사의 간지는 400만원짜리 비스포크 수트가 아니라 매너와 여유가 핵심이당

절대 아니다. 비스포크 정장은 정말 포멀의류에 대해 관심이 많거나 아니면 그냥 돈이 어마무지하게 많지 않는 이상 꼭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MTM 정장에 비해 그 과정이 더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며 자연스레 정장을 맞추는 과정에서의 즐거움도 더해지기에 여유가 있거나 관심을 두고 싶다면 추천하는 바이다.

 

또한 비스포크 정장을 맞추는데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은 본인들이 MTM 공정을 택하면서 비스포크라고 주장하는 양장점들이 다소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며칠에 걸쳐 훌륭한 100% 비스포크 정장을 만들어주는 테일러샵 몇 군데를 소개할 예정이다.

 

공정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MTM 정장과 비스포크 정장 사이의 (일반인이 눈치챌 수 있는 간극)은 점점 좁아지고 있으며, 원단을 어떤 것을 고르는지, 혹은 테일러샵을 어디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100만원 안팎의 맞춤정장 브랜드에서 MTM 정장을 맞추면 높은 눈높이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실패하기 쉽지는 않다. 특히 요즘 대세가 (물리적으로) 가벼운 정장을 선호하는 추세라 비스포크와 MTM이 주는 실루엣 차이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체인점으로 운영되는 거대 프랜차이즈형 MTM 양복집은 본점으로 가는 것을 상당히 추천한다. 가격 차이는 없는데 본점이 훨씬 신경도 많이 쓰고 퀄리티도 일정하게 잘 나오는 편이다.

 

정장의 핵심은 입는 사람에게 있다고 저번 글에서도 설명했다. 무작정 비싼 정장 하나를 맞추고 신주단지처럼 모실 것이 아니라, 이 옷을 입을때 내가 스스로에게 편안함을 느끼고 부담이 사라짐을 느끼는게 중요할 듯 싶다. 본인이 가장 편안한 미소를 짓고 편안한 걸음걸이를 걷고, 편안한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MTM 정장도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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