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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떻게 정장충이 되었는가

옷에 관하여/정장을 중심으로

by 케빈케빈 2020. 5. 9.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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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봄, 중학교 3학년 시절의 이야기다.

 

어쩌다 백화점에서 받은 커스텀멜로우의 F/W 룩북에서 베이지색 정장을 입은 모델을 보고 "와 참 멋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그 디자인의 커스텀멜로우 세미정장을 찾아 가격표를 봤는데 당시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액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결국 백화점 4층 남성캐주얼 코너를 포기하고 지하 1층의 영캐주얼로 넘어가 아주 투박한 베이지색 조끼와 바지를 구매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던 것이 내 포멀의류 구매의 시작이다.

 

 

대충 이런 룩이었는데 난 저렇게 생기지 않아서 소화히기 어렵다고 깨달은건 먼 미래의 일이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영캐주얼에서 파는 질 낮은 원단을(심지어 조끼는 은은한 유광, 바지는 무광;;;) 좋다고 입고 돌아다니며 정장이야 정장이야 외치던 2011년의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심지어 TPO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유사인류였지만, 이런 부끄러운 기억을 시작으로 옷에 관심이 생겼던 것은 확실하다.

 

이후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 2015년 하반기에 군대를 가게 된다.

 

정장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조직인 군대에서 내가 여가시간에 하는 일이라곤 싸지방에서 나무위키를 키고 잡다한 내용들을 읽으며 페북 메신저로 바깥 친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제발 날 잊지 말아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어쩌다보니 맞춤의류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그냥 백화점 남성정장층에 있는 마에스트로니 케임브리지 멤버스니 하는 제일모직 베이스의 기성복에 대한 어줍잖은 정보를 주워담던 나에겐 신세계였다. 수미주라가 어떻고 비스포크가 어떻고 해외원단 스카발이 어떻고 로로피아나가 어떻고 제냐가 어떻고... 정보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다 매일 한시간 반 주어지는 개인정비시간을 끝내고 새벽근무를 서면 나가서 돈 많이 벌어서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이것도 맞추고 저것도 맞추고 해야지라는 사념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이후 시간이 또 아주 많이 지나 2018년 상반기부터 교육업에 본격적으로 종사하며 완전한 경제적 독립을 이루었고, 정장을 하나둘씩 맞추며 업계 사람들도 조금씩 알게 되고 정장의 가장 기본이 되는 예법과 다양한 맞춤정장 브랜드, 정장의 종류를 알아가며 2020년 5월이 되었다. 그 사이 이미 내 옷장은 티셔츠보다 와이셔츠가 더 많이 자리잡게 되었다.

 

비싼 돈 들여가며 정장 한 벌 한 벌씩 맞추며 어깨넘어로 들은 포멀웨어의 세계를 조금씩 풀어가며 나도 배우고자 하는 마음에 글을 쓴다. 본인은 의류업계 종사자도 아니고 아직 한참 어린 사회 초년생인지라 전문가의 입장이 아닌 이 시장을 비교적 최근 맞이한 뉴비의 시야에서 글을 쓸 것이다.

 

첫 글은 "브랜드 정장 살 돈으로 맞춤정장을 해야 하는 이유" 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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