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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돈 주고 백화점 정장 살 바에야 맞춤정장을 사야 하는가

옷에 관하여/정장을 중심으로

by 케빈케빈 2020. 5. 9.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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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가 청춘들을 대상으로 하는 토크 콘서트에서 한 말을 보았는가? 휴고 보스 정장을 산건 길바닥에 나앉는것을 감수할 정도로 좋은 경험이었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대충 YOLO하라는 뜻)

 

대충 이런 식의 허풍 섞인 동기부여 메세지

물론, 휴고 보스 정장은 훌륭하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수많은 정장 브랜드가 있지만, 나는 과감히 첫 (비싼) (100만원 넘는 예산으로 살) 정장은 꼭 맞춤으로 하라고 지인들에게 이야기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핵심은 "정장은 브랜드를 따지는 의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 작은 이어폰에도 브랜드의 디자인을 때려박는 루이비통

루이비통, 구찌, 에르메스 같은 패션 브랜드는 딱 봐도 "저거 구찌네" "저거 루이비통이네" 하는 말이 나온다. 브랜드마다 쌓아온 수십년간의 짬밥을 응축시킨 핵심 디자인이 있기 때문. 반면 정장은 애초에 태생적으로 튀면 안되는 물건이라, 브랜드마다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담는 것이 오히려 원 취지에 맞지 못하다.

 

우욱... 그래서 누가 돌아가셨는데요?

개인적으로 톰 브라운 정장을 너무너무 혐오하는데, 이유는 즉슨 얘네 특유의 그 흰 스트라이프를 정장 팔에 이따시만하게 박아놓기 때문이다. 입으면 마치 상주가 된 느낌으로 세상을 돌아다니게 되고, 누가 봐도 저거 톰 브라운 정장이네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팔아먹는다. 위아래 세트 200만원인건 덤이고.

 

훌륭한 정장은 "와 저거 비싼 정장이다"가 아니라 "와 저 사람 비싼 정장을 입는 사람이다"라는 인식을 주어야 한다. 둘이 무슨 차이가 있냐 반문할 수 있지만 핵심은 "정장"이 아닌 그것을 입는 "사람"에게 눈이 가야 한다는 뜻이다. 고로 브랜드의 철학이 너무 많이 반영된 전형적인 명품 브랜드의 정장은 (특히 보수적인 대한민국에선) 좋은 인상을 주기 힘들다.

 

기본기에 충실할수록 빛나는 투버튼 네이비 정장. 그나마 스트라이프가 포인트지만 투 머치는 절대 아니다.

정장의 핵심은-동일한 가격일때-(1) 원단 (2) 편리성과 심미성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원단

 

오피스용 정장은 화려하고 튀어선 안되기에, 100미터 바깥에서 봐도 브랜드가 보이는 명품 브랜드의 정장은 피하라고 권했다. 그렇다면 비싼 정장을 왜 입어야 하는가? 20만원짜리 정장도 있던데?

 

수제와 기성을 떠나 정장의 급 차이는 원단에서 찾을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비싼 원단이 더 튼튼하고 가볍고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하다. 이에 대한 세부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다른 글에서 하겠지만, 원단이 중요하다는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굳이 길게 쓰지 않아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리라 믿는다.

 

정장의 가격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원단을 쓰는가" 이다.

 

그러나 동일한 급의 원단을 써도 가격의 차이가 난다면 결국 브랜드 값을 받는다는 건데, 위에서 말했듯 정장은 브랜드를 타지 않으므로 전혀 의미없는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같은 급의 원단을 사용했다는 가정 하에 가격을 비교하면

 

저가 맞춤정장<휴고 보스=미들급 맞춤정장<명품브랜드 정장(=쓰레기)<<하이엔드 맞춤정장 

 

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훌륭한 미들급 맞춤정장은 휴고 보스와 가격차이가 10~20만원 이내로 형성된 편이다. 더 저렴한 양장점도 있고.

 

(2) 편리성과 심미성

 

기성 정장이 "완벽하게" 맞는 사람은 단언컨대 한명도 없다. 특히 외국 브랜드의 고급 정장은 서양인의 체형에 맞춰 디자인되어 있기에 더더욱 없을 것이다. 잘 맞춰진 정장은 보는 이에게 심미감을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정장은 대한민국 화이트칼라의 교복이자 군복으로, 하루 내내 입고 있어야 한다. 정장이 너무 불편해서 입기 싫다라는 생각은 기성복 정장에서 기인한다. 맞춤 정장은 절대로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 모든 티어의 가격대에서 기성복 정장보다 맞춤 정장이 훨씬 몸에 잘 맞는다(맞춤이니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심미성 역시 맞춤 정장이 우위를 차지한다(맞춤이니까...).

 

사실 편리성과 심미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명하게 맞춤 정장이 우위에 있음이 분명한 것이, 맞춤 정장 자체가 본인의 몸 라인을 가장 잘 부각(혹은 보완)하며, 동시에 편안한 착용감을 주기 위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1)번 항목의 원단가격대비 가격경쟁력이 좋은 정장을 정의하는데, 미들급 맞춤정장은 생각보다 저렴하다.

 

HK테일러 목동본점. 실내도 훌륭하게 잘 꾸며놨고 상담도 잘해주는 편이다.

내가 첫 맞춤정장을 맞춘 곳은 목동의 "HK테일러 목동본점"이다. 여기서 쓰리피스(조끼를 포함하는 정장) 네이비 정장을 맞추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주 잘 쓰고 있다. 미들급 정장중에 아주 훌륭한 편에 속하는 브랜드이며,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지만 다른 곳도 품질이 비교적 비슷하게 유지된다고 한다. 가격은 대략 140만원대. 조끼가 30만원정도 추가금이 붙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10만원대에 정장을 맞춘 셈이며 휴고 보스의 정장 가격과 비슷하다. 아울러 기성복은 높은 확률로 수선을 해야 하고 그걸 감안하면 오히려 맞춤정장이 더 저렴한 편이다.

 

고로, 비싼 정장 살 돈으로 더 비싼 원단의 더 편안한 훌륭한 맞춤정장을 사는게 "무조건" 이득이다. 당신이 휴고 보스의 영업판매직이 아니라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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